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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2009년 성모 승천 대축일을 앞두고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라는 성경구절을 앞세우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유흥식 주교는 우리 시대를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메마르고, 거짓이 많다"는 말로 요약했다. "물질을 숭상하면서 생명이 경시되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도 팽배"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지역·세대 간의 단절뿐만 아니라 진보와 보수 간의 대립도 도道를 넘었으며, 남과 북의 대치 상태"를 지적하고, "많은 이들이 전쟁하듯 일상을 살아가면서 지쳐있고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 어머니!” 하고 부으며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사랑이 그립다"며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아 어머니 마리아를 다시 상기시켰다. 이어 유 주교는 우리가 "하느님 중심으로 생각하고 결정해야"하며, "늘 나 혼자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내 안에 들어오셔서 사실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흥식 주교는 "국제적인 모든 무역과 상거래에 무한 경쟁이 가져온 결과"로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을 돌아보라고 촉구하면서 "탐욕으로 치닫던 자본주의 경제의 각성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책임과 연대, 그리고 환경 및 인간 존엄 등을 강조"한 베네딕트 16세 교황의 첫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을 소개하면서 “지금의 경제위기는 이익 창출에만 급급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실패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확인했다.

유 주교는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도 빨리 극복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기업인과 노동자 사이에 참된 윤리적 가치를 존중하는 새로운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하며 '경제윤리 회복 운동'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모든 이들을 향하여 어머니의 눈을 갖자"고 호소했다. 자기 자녀에 대하여 끝까지 참고, 덮어주고, 기다리면서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 어머니처럼 "우리도 만나는 모든 이 안에서 영신적인 어머니의 마음과 모성애를 갖자"는 것이다. 그런 사랑의 눈, 죄인 안에서 성인을 볼 수 있는 하느님의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도 하느님의 뜻에 항상 '네'하는 삶을 통하여 예수님을 이웃에게 낳아주는 작은 마리아가 되자"는 것이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2009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전문)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

1. 성모 마리아께서 하늘로 들어 올림을 받으신 대축일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메마르고, 거짓이 많습니다. 물질을 숭상하면서 생명이 경시되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도 팽배합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지역·세대 간의 단절뿐만 아니라 진보와 보수 간의 대립도 도道를 넘었으며, 남과 북의 대치 상태도 퇴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전쟁하듯 일상을 살아가면서 지쳐있고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를 놀래게 만드는 충격적인 일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의 삶이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는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에 “엄마, 어머니!” 하고 부릅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사랑이 그립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시고, 교회의 어머니시며,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어머니의 마음, 성모님의 사랑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2. 루카 1,26-56에 의하면 하느님께서는 대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래아 지방의 나자렛이라는 동리로 보내시어 요셉이라는 청년과 약혼한 마리아라는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대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새로운 계획을 마리아에게 요청하셨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 앞에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고 대답하셨습니다. 마리아의 “네”라는 대답과 함께 구약에서 예언되고 준비되었던 구세주께서 마리아의 태중에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모습을 취하시게 되었습니다. 마리아께서 하셨던 것처럼 하느님의 놀라운 계획을 알아보고, 하느님의 뜻에 “네”하고 대답하는 것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 물질, 재능 등의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으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모든 일들을 계획하지만, 그 일을 실행에 옮기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하고 하느님의 뜻을 알아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하여 인류 역사를 이끌어주셨고, 우리 각자의 역사 안에 들어오셔서 당신 사랑의 역사를 이루어가기 바라십니다. 그러므로 늘 나 혼자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내 안에 들어오셔서 사실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드려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느님께 하루를 맡겨드리고, 좋은 일에 감사드리며,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에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고, 실수하고 잘못하였으면 즉시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드리고 다시 시작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처지나 환경에 놓이더라도 임마누엘이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3. 지난해에 시작한 경제적 위기가 온 세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특별히 가난한 나라들과 어려운 이들에게 고통이 더 큽니다. 국제적인 모든 무역과 상거래에 무한 경쟁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국제적으로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모든 관계에서도 도덕과 윤리가 함께 해야 합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인류가 더불어 사는 길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지난 7월 7일에 회칙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을 통하여 제시하셨습니다. 탐욕으로 치닫던 자본주의 경제의 각성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책임과 연대, 그리고 환경 및 인간 존엄 등을 강조한 교황님의 첫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은 인류가 더불어 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위기의 극복과 기아문제 해결, 그리고 전 세계인들의 진정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윤리적 가치가 요구된다고 역설하셨습니다. 또한 교황님께서는 “지금의 경제위기는 이익 창출에만 급급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실패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하시면서, 경제윤리 회복을 감독할 수 있는 범정부 기구의 설립을 강력히 요청하셨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도 빨리 극복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교황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기업인과 노동자 사이에 참된 윤리적 가치를 존중하는 새로운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정부, 기업인, 노동자가 함께 노력하여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경제윤리 회복 운동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합니다. 또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이 처한 구체적인 사회생활에서 교황님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여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4.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어두움이 짙게 깔려있음을 봅니다. 세상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무섭기 때문에 세상이 무서워집니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고,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를 위하여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으며, 모든 이를 위하여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신 유일한 기도인 ‘주님의 기도’(마태 6,9-13 참조) 안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의 아버지”이심을 알려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의 아버지이실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아버지도 되시므로, 만나는 모든 이는 나의 형제이며 자매가 됩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들이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될 최고의 진리입니다. 예수님께서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라고 말씀하셨으므로, 특별히 하느님의 말씀을 생활에 옮기는 이들은 모두 형제와 자매로 변하여 새로운 관계를 가지도록 해줍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복음을 살아감으로써, 모든 이와의 관계가 성삼위의 관계를 닮게 되는 새 사람이 요구됩니다.

이 시대의 위대한 스승이셨으며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였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모든 이들을 향하여 어머니의 눈을 갖자고 호소하셨습니다. 모든 이가 손가락질을 하는 흉악범의 어머니도 자기 자녀에 대해서는 “친구를 잘못 사귀거나, 잠깐 정신이 나간 것이지 결코 그렇게 나쁜 아이가 아니다.” 라고 항변합니다. 어머니는 자기 자녀에 대하여 끝까지 참고, 덮어주고, 기다리면서 결코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우리도 만나는 모든 이 안에서 영신적인 어머니의 마음과 모성애를 갖자는 말씀입니다. 부족한 것은 덮어주고, 좋은 것만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랑의 눈이 필요합니다. 죄는 미워하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사랑의 눈을 지녀야 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우화집에서 아름다운 글을 발견하였습니다. 애벌레를 보면서 나비를 볼 수 있는 눈, 작은 씨앗 안에서 큰 나무를 볼 수 있는 눈, 알을 보면서 독수리를 볼 수 있는 눈, 죄인 안에서 성인을 볼 수 있는 하느님의 눈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사랑의 눈이 필요합니다. 사랑의 눈을 지닐 때에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만이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뜻에 “네”하는 삶을 통하여 우리에게 예수님을 낳아 주셨듯이, 우리도 하느님의 뜻에 항상 “네”하는 삶을 통하여 예수님을 이웃에게 낳아주는 작은 마리아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항상 예수님을 내 안에, 우리 가정에, 우리 직장에, 우리 단체에, 우리 본당과 교구에 모시고 살도록 합시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

2009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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