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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가 기르던 강아지 주인 사망 후 음식 거부하다 죽어

집을 나서며 아버지는 강아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빠 얼른 다녀올게. 엄마 말 잘 듣고 있어."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었다. 용산참사 희생자 고 양회성씨가 방실이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다.
뒤늦게 알려진 견공(犬公)의 죽음이 '용산참사'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름은 방실이. 요크셔테리어 종이다. 2002년 4월에 태어나 2009년 2월 14일 무렵 생을 마감했다. 망루에 올라갔던 양씨가 불귀의 객이 된 24일 후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튼튼하고 밝던 애인데…." 양씨의 부인 김영덕씨(55)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양씨가 집을 나선 날은 1월 19일. 이틀 동안 방실이는 집에 홀로 남았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곽중권 서울시 수의사회 회장은 "고인이 기르던 개를 끔찍이 예뻐하고 아꼈다면 고인의 '부재'에 대해 강아지도 본능적으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시신 확인을 한 21일 새벽에 집안정리를 위해 돌아왔던 부인 김씨는 방실이의 '친정엄마'가 있는 오빠네 집에 맡겨놓았다. 김씨의 말. "평상시에는 며칠씩 두고 와도 잘 놀았어요. 그 생각만 하고…."

영정사진 속 주인 보고 '눈물' 흘려

그 후 며칠은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양씨 가족은 봉천동 집을 비우고 순천향병원 영안실에 머물렀다. "한 1주일 지났나, 올케가 장례식장에 와서 하는 말이 '방실이가 통 입에 아무것도 대지 않는다, 걱정이다'라는 거예요. 쇠고기 기름기 없는 걸 사다 볶아 먹여달라고 부탁했어요. 알았다고 돌아갔는데 여전히 먹지 않는다는 거예요." 걱정이 된 양씨 가족은 방실이를 장례식장으로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될까 봐 데려올 생각을 차마 못했다.

방실이는 영정사진으로 주인 양씨와 재회했다. 양씨 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방실이는 이때 눈물을 흘렸다. "내가 데리고 서서 '방실아 아빠 어디 있나 봐라, 저기 있네'라고 말했어요. 나는 개가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줄 몰랐어요. 우리 애들이 '엄마, 방실이 운다'라고 말해 쳐다봤어요. 눈물을 뚝뚝 흘리더군요. 양쪽 눈 모두." 놔두니 방실이는 영안실 안을 졸졸거리며 돌아다녔다. 김씨는 방실이를 안고 "엄마가 방실이 버린 거 아니니 할머니 집에 가서 잘 먹고 있어"라고 말하고는 돌려보냈다.

하지만 방실이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올케의 애도 탔다. 영안실에서 하루 데리고 자겠다고 했다. 그러나 방실이는 '엄마'도 '오빠들'도 잘 알아보지 못했다. 김씨는 우유에다 설탕을 타서 한 숟가락씩 억지로 먹였다. 물을 마신 방실이는 원기를 회복하는 듯했다. 장례식장 4층 여기저기를 '졸졸졸졸' 돌아다녔다. 김씨는 작은 아들에게 방실이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새벽. 가족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방실이는 돌아다니며 차례차례로 용산참사 유족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봤다. 맨 마지막으로 김씨의 얼굴을 확인한 뒤 제사상이 차려져 있는 입구의 분향소로 가 양씨의 영정을 물끄러미 들여다봤다. 장남 종원씨의 말에 따르면 방실이는 영정 앞에서 혼자 세 바퀴를 돌더니 검은 똥을 쌌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조카가 동물병원을 해요. 아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형 병원에 데리고 가서 영양제 좀 맞혀라'. 병원에 갔더니 조카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말해요. 그래서 '나는 이것 죽으면 어떻게 사냐, 삼촌도 없는데'라고 말했어요. 동물병원에 가면 강아지 먹이는 이유식 같은 것이 있거든요. 억지로 떠먹였지만 뱉더군요."

'지금 갔다가 이따 돌아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김씨는 용산범대위 일정을 따라 돌아다녔다. '오늘 넘기기 힘들다'는 전화연락은 아들이 받았다. 김씨는 다시 쫓아갔다. "저녁에 가서 보니 완전히 늘어져 있더군요. 숨만 깔딱깔딱 내쉬고…. 너까지 아빠를 따라가면 나는 어떻게 사냐고…." 김씨는 병원에서 울먹였다. 그날 저녁에 김씨는 떨어지지 않은 걸음을 옮겨야 했다. "'지금 갔다가 내일 아침에 다시 올게, 여기서 자고 있어'라고 말하니 눈을 감고 어…어…라고 신음을 내더라고요. 마치 사람이 대답하는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동물병원으로 다시 가려는데 연락이 왔다. 조금 전에 방실이 숨이 멎었다고.

"사과 안 하는 사람들 방실이만 못하다"

김씨는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유족들과 용산 범대위, 전철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 전철연 회원이 분통을 터뜨렸다. 집에서 키우는 개도 자기 주인 잊지 못해 따라갔는데 (용산참사 관련해)사과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만 못하다는 얘기였다.

방실이가 처음부터 양씨를 따른 것은 아니었다. 새끼 때 데려온 방실이는 부인 김씨 주변만 맴돌았다. 양씨가 김씨 주변으로 가면 발발 떨면서 손도 못 대도록 짖었다. 양씨는 그때마다 웃으며 "이놈의 가시나 때문에 엄마 곁에도 못 간다"고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재작년 무렵부터 양씨는 강아지에 푹 빠졌다. 시기적으론 용산 4구역 재개발 발표로 시름이 시작되던 때다.

김씨는 말한다. "조금 걱정돼서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변해도 안 좋다'고 말했는데, 그래도 예뻐 죽겠데요. 어디 부부동반으로 놀러가도 '방실이 혼자 놔두면 안되는데…, 우리 귀여운 딸내미'라고 혼자 중얼거렸어요." 두 아들을 둔 양씨 부부에겐 딸이 없었다. 방실이는 딸이자 오빠들의 여동생으로 자연스레 불렸다. 아들 종원씨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예전부터 아버지는 개를 싫어했다. 그래서 몇 번 큰 소리가 오고 간 적도 있었다. 방실이가 처음 왔을 때도 싫어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버지가 방실이를 예뻐하셨다. 거의 딸처럼 여겼다. 가족 모두 놀랐다. 술이라도 한잔 하고 들어오면 그렇게 예뻐하셨다. 아버지가 망루에 오르기 전 집에서 나가던 날 방실이를 잡고 '이제 나가면 한참을 못 보는데 보고 싶어서 어쩌냐'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딱히 사인이 뭐라고 하기 어렵다"

방실이가 운명을 맞이한 동물병원의 대표는 박상표씨다. 그는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으로 지난해 촛불시위 국면에 TV토론 등에 참석,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을 알린 이다. 사망한 양씨는 그의 외삼촌이다. 기이한 인연이다. 박씨는 "외삼촌이 망루에 오르기 1주일 전 쯤에 제사가 있어 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방실이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사인(死因)을 딱히 의학적으로는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렵다"며 "원래 건강상태가 좋고 통통한 애였는데 병원에 왔을 때 몸무게는 60% 정도밖에 안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삼촌이 돌아가신 후 밥을 안 먹고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 결국 죽었다"고 덧붙였다. 당초 양씨가 아끼던 개여서 양씨의 장례를 치를 때 함께 묘 옆에 묻어 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용산 참사 희생자 장례식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냉동 보관하던 방실이는 한 달 후 화장해 묻었다.

방실이의 죽음을 양씨의 죽음과 연결해 설명할 수 있을까. 박씨는 "물론 바라보는 사람들 입장이나 염원이 담긴 쪽으로 해석되겠지만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고만 할 수는 없다"며 "감정에 있어서는 개도 사람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애착이나 슬픔 같은 교류가 불가능하다고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대위와 유족들이 기거하는 순천향병원 4층 장례식장에는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이름은 꽃님이다. 참사가 난 뒤 1월 말에 태어났다. 또 다른 희생자 이상림씨가 기르던 개가 낳은 새끼다. 김씨의 말이다. "이상림씨도 개를 키울 수 없으니 딸네 집에 데려다 놓았는데 거기서 새끼가 네 마리 태어난 거예요. 그래서 나 '딸 하나만 달라'고 했어요. 이상림씨 딸 말로는 재(꽃님이)가 제일 약하다고 했는데 여기 데려다놓으니 여기 전철연 회원들이 저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면서 선머슴아가 다 됐어요. 방실이 보내놓고 저거라도 있으니 낫지…." 꽃님이가 '졸졸졸졸' 걸어와 김씨에게 안겼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 >

사진설명 : 생전의 방실이. 사진은 고 양회성씨의 부인인 김영덕씨가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방실이가 고인이 된 양회성씨의 품에 안겨 있다. <임석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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