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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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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3 : 마녀사냥이 시대의 징표?

[교황 프란치스코와 하느님의 백성 - 황경훈]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대희년 기념 미사에서 과거 2000년 동안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가 말한 과오는 십자군 원정과 마녀사냥을 포함한 종교재판 또 유대인 대학살 때의 침묵 등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크고도 많은 역사 속의 죄악상을 단 한 번의 사과로 용서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시 언론은 이러한 태도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성서 속의 바오로의 회개가 자꾸 떠오른다. 아마도 바오로가 수많은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는 데에 앞장섰고 심지어 이들을 죽이기까지 했음에도 그 한 번의 회개로 용서받았기 때문일까. 박해받던 이들, 십자군 원정 때 죽어야 했던 이들과 마녀사냥에서 살이 찢기고 불에 타 뼈와 살이 문드러지던 그 극심한 고통과 억울함 때문에, 차마 죽어서도 저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맴돌 것만 같다. 바오로나 그 뒤의 박해자들이 피해 당사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았는지 알 수 없기에 여전히 개운하지는 않지만, 잠시 접고 이야기를 재촉해 보기로 한다.

마녀사냥은 ‘근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진 ‘근대의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백 년에 걸쳐서 이루어진 조직적이고 합법적인 집단 살해인 마녀사냥은 중세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곧 중세라는 ‘암흑기’ 때나 가능했을 전무후무한 ‘야만인들’의 발악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자본주의가 태동하고 ‘인류 정신사의 꽃’이 피던 계몽주의와 맞물리면서 극에 달했다. 또 마녀들이 대부분 ‘부유한 과부’라고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당시 매우 가난한 여성들이었다는 점도 근래에 들어서야 밝혀졌다. 마녀라는 신비를 걷어 내면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러나 삶의 지혜로 가족과 이웃과 마을 사람들을 돌보았던 친근한 어머니의 얼굴을 대면한다. 근대의 기획이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이루어져 왔듯이 마녀사냥도 대상인 여성에게서 전통을 지우는 작업으로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박해를 받았지만 그들 중에 재판을 받고 화형 당한 이들은 산파나 치료사, 또 주문을 외우거나 점을 쳐 앞날을 예언했던 이들이다.

마녀사냥이 몇 세기 동안 여성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일어난 근거로서 자본주의의 초기 단계, 곧 자본의 원시적 축적에 저항하는 여성들에 대한 조직적 공격으로 설명하는 설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당시 신흥 자본가들은 마녀라 불리는 여성들이 출산 통제와 치유능력 등을 통해 획득한 권력을 공격하여 초토화시킴으로써 그 권력을 해체함과 동시에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안으로 편입시키고자 했다. 이렇게 본다면 마녀사냥은 신흥 자본가가 자본을 축적하는 초기 과정에서 통제되지 않는 이 마녀라는 장애물을 제거해 간 극렬한 경제사적 사건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자본주의는 여성들을 마녀로 몰아 전쟁을 치러 내던 그 과정에서 태동할 수 있었으니 역설적이지만 매우 창조적인 역사적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수많은 재판이 진행되어 많은 마녀가 죽어 갔지만, 이들의 입장에서 자신을 변호한 기록은 아직까지 이렇다 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교회는 마녀사냥에서 신흥 자본가들과 입장은 달랐지만 취한 행태는 비슷했다. 교황청은 1484년 문헌을 발표하고 마녀의 존재를 공식 확인했으며 이어 도미니코수도회 소속 수사 두 명은 ‘마녀의 망치’라는 일종의 마녀사냥 지침서를 냄으로써 마녀사냥을 본격화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당시 이 책은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활자 인쇄라는 최신 기술을 사용해 대량 제작되어 20쇄가 발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문맹률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이라고 한다.

당시 개신교와 가톨릭의 싸움은 여러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있어 왔는데 마녀사냥에서만은 하던 싸움을 멈추고 서로 공조하였다고 하니, 마녀사냥은 당시 그리스도교가 인식한 ‘시대의 징표’였던 것이었을까. 애초부터 있어 온 ‘이단’이 마녀사냥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이단에서 보이지 않던 성별화의 진행, 곧 마녀사냥은 점차 ‘여성 범죄’로 간주되기에 이르렀다. 16-17세기에 빈곤으로 인한 영아사망률이 급증하고 그에 따라 노동력이 급감하자 신흥 자본가 계층과 그 권력에 공조하던 교회는 여성의 출산통제를 범죄화하고 악마화함으로써 한배를 탔던 것이다. 곧 여성의 자궁은 인구증가와 노동력의 생산 및 축적을 위해서만 봉사해야 했기 때문에 여성이 생식, 출산을 장악하고 통제하는 것은 가장 악한 죄이며 마녀를 단죄한 대표적인 죄목이기도 했던 것이다. 지금도 그리스도교에서 대죄 중 하나가 생명 또는 생식과 관련된 것이 아니던가! 어쨌든 근대의 기획에 대한 평가는 지역적으로 매우 촘촘하게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것의 수용과 극복에 있어 여성성의 복원은 매우 긴요하다고 하겠다. 살림, 치유, 평등 등으로 표현되는 여성성과 여성 권력의 회복은 근대의 극복에서 가장 래디컬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로운 종교성을 상상하면서 페미니즘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말에 발표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가 종교인보다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이 크게 늘었음을 보여 준다. 집계 방식과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여러 설이 오가고 있고, 또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당장 20-30대 청년들에게 ‘종교에 관심 있는가’고 묻는다면 질문 자체에 낯설어 하거나 어색해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데에서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옛날의 명성을 잃어버린 것은 ‘팩트’인 듯하다. 그것을 인정한다면 접근을 좀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으로 대표되는 종교 메이저를 제외하고 현재로서는 다른 ‘종교’ 또는 종교성을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상상력은 그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으며, 인구조사에서도 이는 여지없이 통하는 진리라고 여겨진다. 종교성의 회복이나 상상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어쩌면 메이저 종교가 아니라, 잃어버린 종교성을 찾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그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이는 여성들, ‘마녀들’의 영성과 종교성을 복원하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종교 상상하기’에 있어 가장 먼저 눈독을 들여야 하는 일이 아닐까. 종교계가 근대성의 수용과 극복을 꿈꾼다면 여성성과 페미니즘에서 그 길을 묻는 것이 ‘위험’하지만 정도가 아닐까.

황경훈 / 우리신학연구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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