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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남자들에게 씁쓸한 추억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부모 손에 붙잡혀 비뇨기과 문을 연 뒤 한동안 두 다리를 벌리고 어기적거리며 고통스럽게 걸어야 했던 포경수술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포경수술은 조족지혈일 정도로 여성들의 삶과 사랑과 인권을 송두리째 박탈하는 폭력과 학대가 있습니다.

여성의 음핵 덮개를 절제하는 것에서부터 음부를 아예 봉합하는 봉쇄술에 이르기까지 전통이라는 이름의 '여성할례'(여성성기절제술, female genital mutilation)가 세계 도처에서 행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야만적인 여성인권유린에 맞선 인권운동가의 인생 역정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성의 80퍼센트가 여성할례를 당하고 있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3살 무렵 녹슨 면도칼로 대음순과 소음순이 잘린 뒤 오줌이 나올 정도의 구멍만 남기고 음부가 봉쇄된 뒤, 13살에 낙타 5마리에 백발의 늙은이에게 팔려 가다 도망친 와리스. 그후 18살에 세계적인 슈퍼모델이 된 와리스 디리가 주인공인 영화 <데저트 플라워>입니다.

소말리아 유목민 소녀에서 슈퍼모델... 인권운동가로

"아프리카 여성들도 우리와 똑같은 여성입니다. 이 야만적인 할례가 없어지면 아프리카는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여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바꾸도록 노력합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아프리카 여성인권보호를 위한 유엔 특별대사로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여성 할례를 근절하기 위해 활동하던 와리스 디리(리야 케베데)가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장면의 일부입니다.

영화는 어찌어찌 영국 런던으로 흘러든 와리스가 오갈 데 없는 노숙자 신세로 지내다 영국인 마릴린(샐리 호킨스)과 조우하게 되고, 그의 소개로 패스트푸드점 청소부로 일하게 된 됩니다. 그러다 패션 사진작가 테리의 눈에 들어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와 톱모델들을 선정해 세미누드 컨셉트의 화보로 제작되는 피렐리 달력의 모델이 됩니다.

이윽고 화려한 패션쇼를 누비며 톱 모델로 명성을 얻게 되면서 영화는 마치 현대판 신데렐라의 탄생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러나 와리스가 숨겨왔던 어린 시절의 고통을 세계에 알리면서 시작되는 후반부 들어 영화는 색깔과 메시지를 분명히 하기 시작합니다.

패션 잡지 마리 끌레르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와리스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소말리아 시절의 기억을 털어 놓으면서 세계적 톱 모델에서 인권운동가로 질적 전환을 겪는 진면목을 가감 없이 보여주니까요.


애벌레에서 나비로 탈바꿈하듯이 희망의 날개를 펴다

변변한 옷은커녕 신발 한번 신어보지 못하고 맨발로 문명과는 거리가 먼 소말리아 초원을 뛰어다니던 와리스가 영국 생활에 준비된 미래와 계획이라곤 없습니다. 자기 이름도 쓰지 못하는 문맹에 돈 한 푼 없던 와리스에게 모가디슈와 런던의 밑바닥 가정부 생활은 '지옥에서의 탈출' 외에 뾰족한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습니다.

낯선 런던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와리스는 불법 이주민 여성이 겪는 차별과 공포를 고스란히 받습니다. 차를 얻어 탔다가 성폭행의 위협에 시달리는 장면이나 영주권 취득을 위해 위장 결혼을 했다가 가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장면은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고통과 사회적 차별이라는 이주민 여성의 가파른 삶을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운명처럼 드리워진 소말리아의 비밀과 런던에서 겪는 갖가지 시련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와리스는 애벌레가 나비로 탈바꿈을 준비하듯이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당당한 여인으로 변신해 갑니다. 와리스는 소말리아에서 받은 할례로 온전한 여성이 되었으며, 그것은 우주의 축복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런던에서 우연히 알게 된 다른 여성의 몸을 통해 와리스는 자신이 획득한 여성성은 위선이며, 자연이 부여한 여성성을 폭력적으로 훼손한 것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5천년 전통의 관습이 저지른 폭력은 그녀를 질식시킬 정도로 짓누르지만 마침내 와리스는 털고 일어섭니다. 그리고 할례로 상처받은 모든 여성의 몸과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여정에 뛰어듭니다. 그것은 세상과 타인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품 넓은 대지'입니다.

전통과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덧칠한 욕망과 폭력

영화는 패션모델의 세계와 여성할례라는 양 극단의 세계를 넘나들며 억압받고 학대받는 여성의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들춰냅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재를 교차시키면서도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은 실존인물 와리스의 기막힌 인생유전과 세계 각지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여성할례라는 가혹한 현실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아프리카와 중동 등 28개국에서 약 1억3천만 명의 여성들이 여성할례를 당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년 간 200만 명, 하루 평균 6000명의 여성들이 할례를 받다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할례시술이 주로 여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가해지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영화에서 와리스의 회상을 통해 드러나듯이 그녀의 두 언니 역시 할례 부작용과 출산 때의 과다출혈로 죽습니다. 와리스 또한 음부봉쇄술로 인한 부작용으로 평생 극심한 생리통에다 고통스럽게 소변을 봐야 했습니다. 마취도 없이 면도칼이나 가위 또는 깨진 유리조각 등으로 행해지는 봉쇄술은 세균 감염과 패혈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골반이나 비뇨기에 만성 염증을 초래해 불임, 불감증, 우울증의 원인이 되다 급기야 죽음을 부르기도 합니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보이지 않음에도 코란과 전통의 이름을 팔며 할례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성들은 결혼 전에 정숙하고 순결한 몸을 지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할례를 거부하는 딸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집니다. 이렇게 생사를 걸고 할례를 감행하는 진짜 이유는 장래 남편감들에게 처녀성을 비싼 값으로 팔기 위해서 입니다. 중매시장에서 처녀성이 고가의 상품으로 매매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여성할례는 숫처녀의 몸을 소유하기 위한 남성들의 욕망에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제도화된 남성과 여성의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서 비롯된 인습의 굴레이자 억압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여성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쾌감과 행복이라는 여성성의 거세이자 인간으로서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박탈해가는 사회적 폭력에 다름 아닙니다.  

사막의 꽃 와리스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유

'여성의 성기는 태어날 때부터 청결하지 않고 음탕하니 제거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여성할례에 대한 와리스의 투쟁은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뿌리와 전통과 종교를 부정한다는 협박과 비난에 알코올중독에 빠지기도 하고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할례를 받다가 죽어간 소녀들과 할례의 끔찍한 고통을 자연이 여성에게 부여한 여성성으로 믿고 살아가는 뭇 여성들을 사랑으로 일깨우고 고통 속에서 구원하기 위한 연대의 끈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와리스는 2004년에 가톨릭 인권운동본부가 수여하는 '오스카 로메로 상'과 '세계 여성의 상'을 받고 2007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종 도뇌로 훈장을 받기도 합니다.

와리스는 현재 와리스 다리 재단을 이끌고 국제 적십자사와 수단의 적신월사와 연대해 할례에 희생당한 여성들의 의료 지원과 할례의 부당성에 대한 홍보 캠페인을 정력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여성할례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와리스의 인권운동 결과, 아프리카의 상당한 지역에서 여성할례를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소말리아 말로 '사막의 꽃'이라는 뜻의 와리스. 양을 치며 물과 풀을 찾아 끝없이 대지를 떠돌던 유목 소녀가 반할례운동가에서 아프리카의 개혁을 외치는 투사로 거듭난 데는 일상에 스며든 폭력에 대한 자각과 저항에서 비롯됐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그 일상의 당위성에 숨어있는 폭력에 거꾸로 메스를 대며 메마른 사막에 사랑과 희망을 꽃피우는 한 여성의 아름다움이 눈부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데저트 플라워>는 4월 22일 개봉합니다.


출처 : 오마이 뉴스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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